“제사 대신 휴식”… 2026년 명절 풍경, ‘의무’ 벗고 ‘실속’ 입었다



#차례 지내는 집 10년 새 반토막… 2025년 추석 기준 40.4%만 “상 차린다” 응답
#”음식은 사 먹는 게 대세” 차례 준비 가구 57.7%가 완제품 및 반조리 식품 활용
#1인 가구 절반 이상 “명절엔 집콕”… 전통 과일 대신 와인·디저트 올리는 실용 상차림 확산


명절 하면 떠오르던 ‘북적이는 큰집’과 ‘종일 기름 냄새 풍기던 부엌’이 이제는 옛말이 됐다. 대한민국 명절은 이제 ‘가족 의례’의 장에서 ‘개인의 재충전’ 시간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고속도로 위에서 버리는 시간은 줄어든 대신, OTT 서비스를 즐기거나 근교 여행을 떠나는 ‘휴식 중심’의 연휴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없음. [사진:Pixabay]


가장 극적인 변화는 차례 이행률에서 나타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조사 결과, 지난해 추석에 차례상을 차린 가구는 전체의 40.4%에 불과했다. 2016년까지만 해도 74.4%에 달했던 수치가 불과 10년 만에 34%p나 빠진 것이다. 설 명절 역시 사정은 비슷해, 차례를 지내겠다는 응답이 48.5%로 나타나며 이제 ‘제사는 선택’이라는 인식이 과반을 넘어섰음을 시사했다.

차례를 지내는 가정 내부에서도 ‘가성비’와 ‘효율’이 최우선 가치가 됐다. 상을 차리는 집 10곳 중 6곳(57.7%)은 전이나 나물을 직접 무치지 않고 완제품이나 반조리 식품을 구매해 올린다. “조상은 정성으로 모신다”는 격언 대신 “남은 가족이 맛있게 먹어야 한다”는 실용주의가 앞선 결과다.

제수상 구성품도 파격적이다. 홍동백서의 틀을 깨고 가족들이 좋아하는 와인, 케이크, 마카롱 등이 당당히 제사상 한복판을 차지한다. 수입 과일을 올린다는 응답도 2016년보다 11%p 이상 늘어난 34.9%를 기록했다. 바나나나 망고, 샤인머스켓 등 식구들이 선호하는 과일로 상을 채우는 집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 또한 음식 가짓수를 줄이고 형식에 얽매이지 말라는 가이드를 제시하며 이러한 사회적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명절을 보내는 방식 역시 ‘이동’에서 ‘정체’로 바뀌고 있다. 특히 1인 가구의 경우, 절반이 넘는 52.8%가 이번 명절을 ‘집에서 휴식’하며 보내겠다고 답했다. 본가나 친척 집을 방문하는 대신 나만의 여유를 만끽하겠다는 이들이 늘면서, 명절이 곧 ‘대이동’이라는 공식도 점차 깨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없음. [사진:Pixabay]


유통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통적인 제수용 원물보다는 간편하게 차릴 수 있는 밀키트와 배달 음식을 전면에 내세우며 ‘가벼워진 명절’ 시장을 공략 중이다. 노동은 줄이고 관계의 질을 높이려는 현대인들의 욕구가 명절이라는 오래된 관습마저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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